안그래도 물에 젖은 책을 냉동실에 넣으라니? 진짜 되는 거 맞아? 제가 직접 해봤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습니다. 그동안 에너지, 물 아껴보고자 참고 참았던 목욕 타임을 가졌습니다. 욕조에 물을 받고 보글보글한 거품을 즐기면서 아주 오랜만에 힐링 타임을 즐겼죠. 저는 반신욕을 할 때,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서 읽습니다. 스마트폰은 괜히 떨어뜨리면 큰일나니까 되도록 종이책을 들고 와요. 그런데 목욕이 끝나갈 무렵, 욕조 끝에 올려뒀던 책을 실수로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바로 건져올렸는데도 이미 책의 3분의 2가 흠뻑 젖었더라구요. 순식간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것 보다야 나은 상황이긴 하지만, 책이 떨어진 것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특히, 저의 경우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받은 책이라 더 슬펐습니다.
신기하게도 책을 어떻게 말리지 하는 순간, 드라이기로 책을 말리는 장면이 머릿 속에 떠올랐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인지, 아니면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이기부터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한 번 젖어서 쭈글쭈글 해진 책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을 봤던 경험도 떠올랐어요. 그래서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지 찾아봤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나왔습니다.
그건 바로 젖은 책을 '냉동실에 넣으라'는 것이었죠.
처음엔 정말 황당했는데 딱히 말이 안되지는 않아서 일단 해보기로 했어요. 혹시나 빨리 말리겠다고 전자레인지나 오븐에는 절대 넣지 마세요. 책 말리려다 책 태워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여담이지만 허수경 시인님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정말 추천합니다.
따뜻한 물 속에서 나른하게 읽으면 더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책 건조는 시간과 공간이 허락하는 한 소량씩 나눠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냉동실은 특히 바로 건조할 수 없을 때 이용하면 좋고, 시간이 있어도 냉동실에 얼려가며 조금씩 진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너무 젖은 책은 작은 충격이나 자극에도 더 상처가 생기기 쉬우니까요. 그럼, 본격적으로 물에 젖은 책을 냉동실을 이용해 말리는 방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냉동실에서 젖은 책 말리는 법
1. 타월이나 키친 타월로 책의 물기를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2. 누르듯이 물기를 닦으며 압력을 가해 책을 최대한 펴준다. (젖은 책은 취약하니 책이 찢기거나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3. 건조한 키친 타월, 왁스 페이퍼, 냉동용 페이퍼 등으로 책 표지와 등커버 쪽을 감싼 후 냉동실에 넣는다.
(혹시나 젖은 표지가 다른 것과 접착해버리는 것을 방지)
4. 24시간이 지난 후 꺼낸다.
5. 혹시 녹아 나올지 모르는 물을 대비해 위 아래에 타월을 깔아주고 기다린다.
아래는 위의 젖은 책을 간단 버전으로 말린 결과 입니다. 돌돌 말렸던 표지가 이제 책처럼 펴졌고, 쭈글쭈글했던 속페이지들도 제법 많이 펴진 모습입니다.
비록 완전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저는 굉장히 만족합니다. 정말 그대로 뒀다간 회복이 어려워보일 정도로 많이 젖었었거든요. 드라이기로 말리는 것도 전기도 쓰고, 내 팔도 아프고, 여러가지고 힘든데, 냉동실 건조법 몸도 편하고 효과도 좋은 것 같습니다. 안빠뜨리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나 빠뜨리게 된다면 냉동실 비법 꼭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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