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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품

책리뷰 - 부의 추월차선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책인가?

by 3in1 2023. 3. 13.

부의 추월차선, 무엇을 추월할 것인가?

책: 부의 추월차선

저자: 엠제이 드마코 

옮김: 신소영

출판사: 토트

 

 

이 책은 예전에 한 번 펼쳤다가 덮었던 책인데 다시 읽어보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완전히 ‘우와’하는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은 이유, 또 더 열심히 읽은 이유는 오로지 배우기 위해서다.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성공해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알려주는 방법에 낚이지 말라고. 본인들은 그렇게 살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짐작은 갔다. 그래서 이 말에는 상당 부분 동의는 했다. 하지만 같은 논리로 저자의 말에도 모순이 있다. 저자 본인이 본인이 말한 방식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그 방식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의 추월차선을 타기 위해서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영향력'이라는 것이 마음만 먹는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얻는다 해도 유지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물론 요즘 사회가 SNS로 인해 좀 더 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니면 이런 내 마인드가 아직 '서행 차선'을 달리는 자의 마인드일 뿐인걸까? 누구든 마음을 먹으면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아직 부월차선을 달리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결국 '모든 건 네가 하기에 달렸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뿐이다. 결국은 내가 얼만큼 헌신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다.

 

(아니면 자기계발서라는 게 확신에 찬 말투로 내용을 끌고가야 하니까 너무 자신있기 말하는 듯한 저자의 태도에 그렇게 읽힌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렇게 보이려고 한국어판 번역이 원서에 비해서 다소 바뀐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저자가 말하는 ‘ㅇㅇㅇ분야’에서 부의 추월차선을 탈 수 있다는 건 솔직히 뻔한 내용이다.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건 그런게 아니다. 이 책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바로 ‘마인드셋의 변화’다. 이 책의 내용을 ‘그래, 너는 그렇게 성공했겠지만 그게 나같은 사람까지 가능하겠어?’라고 무시하고 덮어버리면 거기서 끝이다. 나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이 책을 첫번째 읽었을 때 내가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내 눈에 부족해 보이는 책이라도 이 책이 무언가 메시지를 주려고 쓰여진 책이라면 그 속에 내가 배울 것이 무조건 한가지는 있다는 마음으로 책을 보는 마인드셋을 바꿨다. 그리고 다시 봤을 때 이 책에서 중요한 건 마인드셋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얼마 전, 독일인 친구와 함께 앞으로의 장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지만, 전문직 프리랜서로 바로 뛰기엔 좀 애매한 상황이다.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독일에서 일하려면 ‘직장인’이 가장 안정적이다. 가장 큰 건 세금 때문인데 직장인으로서 내는 세금도 어마어마한데 프리랜서로 일하면 그 부담이 더 커진다고 한다. 그나마 회사에서는 세금이나 연금 등을 반을 내주니까 아무래도 회사에 다니는게 낫지 않겠냐는 게 친구의 조언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엔 나도 거기에 완전 동의했다.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그런데 거기서 내 마인드가 스스로 내 한계를 그었다는 것은, 집에 오는 길 계단을 오르며 깨달았다. 저자 엠제이 드마코의 말대로면 그건 서행차선, 또는 인도를 달리는 사람의 마인드인 것이다. 왜 그 대화 속에서 내가 직원들의 세금을 내주는 회사의 사장이 되는 옵션은 아예 배제된 것인가? 그 친구를 나를 탓하는 건 아니다. 그저 우리 둘 다 마인드가 거기까지였던 거다. 

 

내가 나의 가치와 가능성을 어디에 두느냐는 생각보다도 정말로 중요하다. 내가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삶의 방향은 해가 갈수록 하늘과 땅 차이로 갈라진다는 걸, 나는 이제 좀 아는 나이가 되었기에 저자가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정말 내 경험으로도 그랬다. 내가 과거에 내렸던 크고 작은 선택들의 나비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 내 삶이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어 학과를 나와서 일본을 다녀온 나름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이벤트였지만, 영어를 못하는 내가 미국에 파견을 나가고, 거기서 갑자기 독일어를 못하는 내가 독일에 와있는 나의 인생 루트는 번도 계획되었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에는 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겼던 가치가 가장 영향을 끼쳤다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리고 나는 그런 선택을 내린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앞으로 내리게 다양한 선택의 폭이 과거의 나보다는 담대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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